Q. 우리나라 의사, 얼마나 부족한가요?
현재는 5000명, 2035년에는 1만 5000명이나 부족해집니다.
한 나라의 의사가 충분한지 판단할 때 국내외를 비교하거나 자국 내 의료 수요와 의사 수를 비교하는데, 우리는 어느 쪽으로나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선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한의사를 제외한 의사는 2.1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의사(3.7명)보다 1.6명 적습니다. 한의사를 포함해도 인구 1000명당 2.6명에 그칩니다. 나라별로 오스트리아(5.4명), 노르웨이(5.2명), 독일(4.5명), 스페인 (4.5명), 스위스(4.4명), 미국(2.7명) 등으로 한국의 의사 수는 최하위권입니다.
한국의 의사는 지금도 5000명 부족하고, 2035년에는 1만 5000명이나 부족 해집니다. 이대로는 제때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는 ‘의료대란’이 올 수 있습니다.
Q. 의사 부족 문제는 왜 생겼나요?
27년 간 의대 정원을 한 명도 못 늘린 결과입니다.
고령화로 의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1998년 이후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한 명도 늘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의약분업 이후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의대 정원을 351명 줄이면서 의사가 더더욱 부족해졌습니다. 만약 2000년대 들어 의대 정원을 줄이지 않았다면 2035년에는 1만 명이 넘는 의사가 더 나오게 됐을 것이고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릴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의대 정원이 꽁꽁 묶인 것과 달리 간호대 정원은 크게 늘어왔습니다.
간호대 정원은 2010년 1만4385명에서 2020년 2만 1083명까지 증가했습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도 2010년 16만 명에서 2020년 28만 5000명으로 많아졌습니다.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해 간호대 정원을 크게 늘린 것처럼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의료대란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Q. 의사가 부족해서 어떤 문제가 벌어졌나요?
국민들이 제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합니다.
1분 1초가 급한 응급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진 한 초등학생이 구급차를 타고 대전 시내 종합병원 응급실들을 돌다가 전문의가 없어 35㎞ 떨어진 병원으로 겨우 이송됐지만 2주 뒤 숨지고 말았습니다.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수술할 의사가 없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국민이 겪는 애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소아과 진료를 받으려면 새벽 4시부터 줄을 서야 하고, 출산하려면 대도시로 원정을 가야 합니다. 상급종합병원 과부하는 더 심각해 수개월 전 진료 예약이 필수이고, 수술은 1년씩 밀려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원정 수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의사 부족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의사단체에서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Q. 지방 의료는 어느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가요?
사실상 붕괴 직전입니다.
최근까지도 백령도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없어서 임신부 27명이 정기 검진을 받으려고 뱃길로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인천 소재 병원을 오갔습니다. 제주에선 연간 1만4000명 정도가 다른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역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강원 속초의료원은 지난해 1월 전문의 3명이 줄줄이 퇴사해 진료에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통영적십자 병원은 연봉 3억에 사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신경과 전문의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없었습니다. 연봉 10억 원을 제시한 충북 청주의 한 민간 병원도 의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Q.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의사 충원이 시급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진료시간이 너무 짧아 사고위험이 큽니다.
우리나라 의료 접근성이 높다면 짧은 진료시간과 건강보험 덕분이지 의사 수가 충분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의사 1인당 연간 진료 건수는 6113건으로 OECD 평균의 3배에 달합니다. 의사 1명이 너무 많은 진료를 하다 보니 환자 한 명당 평균 진료 시간은 4.3분으로 주요국 중 가장 짧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진료시간이 짧은 독일이 9분대로 한국의 2배 수준입니다.
이는 부실 진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101개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의사 인력이 부족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77%에 달했습니다.
무엇보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등 힘들고 어려운 의료분야와 지역의 의료 접근성은 크게 떨어집니다. 의사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제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사 충원은 하루도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Q.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려고 합니다. 왜 2000명인가요?
의료대란 막을 최소한의 증원규모가 2000명입니다.
2000명은 다가올 의료대란을 막는 마지노선입니다. 의사는 지금도 5000명 부족하고, 고령화가 심해지는 2035년에는 1만5000명이 부족해집니다.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도 2035년까지 추가 배출되는 의사는 1만 명입니다. 인턴, 레지던트를 거친 전문의는 2036년에야 나오기 시작합니다. 2000명도 충분하진 않지만 급증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면 최소 이 정도의 증원은 꼭 필요합니다.
의사가 고령화하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2035년에 은퇴를 앞두게 되는 70세 이상 의사는 약 3만2000명인데, 현 제도에서 향후 10년 간 새로 들어오는 의사는 이보다 적은 3만 명에 불과합니다.
의료개혁은 지금 시작해도 결코 빠른 게 아닙니다.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해도, 2050년까지 OECD 평균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의대 정원을 1000명만 늘린다면 의료 정상화는 10년 더 뒤로 미뤄질 것입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http://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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